콘블룸&델피늄 콘델 - 홀리데이 스캔들
델피늄과 콘블룸의 홀리데이!
이 휴일은, 얼렁뚱땅 함께 시간을 보낸 날. 원래는 쉬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날도 좋고, 정말 간만의 휴가라 온실에 하루종일 들어가 있어도 완벽했을텐데- 마주칠 건 뭐람?! 싫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머쓱하네요.
그렇다고 지금이 싸웠다거나 서로를 무조건 피하는 시기는 아닙니다. 델피늄은 콘블룸의 경계를 살피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 언제 경계를 푸는지, 또는 남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해서요. 고양이를 지켜보는 것과 비슷하네요. 콘블룸 또한 델피늄을 멀리서 보는데요. 그렇게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확신이 생깁니다. 직업 때문일까요, 직접 대화보다는 그 행동거지를 분석하는 듯합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간 온실. 재단에는 여러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니 그런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서 마주치는 둘. 이 전에 한 번 영 분위기가 안 좋았던 적이 있나봐요. 그 후로 직접 대면하는 건 거의 처음. 계속 지켜보기만 했으니 오늘은 얘기를 해봐도 좋겠습니다. 자연스럽게, 직장 동료와 스몰토크를 하듯 옆에 섭니다. 조사는 충분하니 이제 실전이다! 그런 느낌이죠.
하지만 이야기는 붕 뜹니다. 온실에 날아다니는 나비들처럼, 대체 뭐 어쩌자는 건지 싶은 대화 주제. 그 마도학자의 커피 원두가 뭐 어쨌다는 건데...? 뭐라고? 타임키퍼의 스캔들? 서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질 않네요. 어쩌다 자기 얘길 꺼내게 되면 뚝딱거립니다.
아 저는 제비꽃 종류를 외우는 걸 좋아합니다.
원주율 외우기 같네요
겁나 뭐라 하시네요
아니 뭐라 한 거 아닌데
......
어쨌든, 다행히도 주제가 좀 일상적인 걸로 변했네요.
그 뒤로 둘 다 최근 작전에서 자신이 얼마나 활약했는지 뽐냅니다. 뭔가 자칫하면 머쓱해질 것 같아 무서워. 휴가는 그래서 받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떠드는 거예요.
아, 어릴 때 마을에서 그렇게 도망다니던 적도 있는데... ...... 이건 못 들은 걸로 해주시죠!
자기 정보(?)가 새어나가면 스몰토크를 그만두는 거, 어떡해야 하나요. 하지만 그럴 때 상대가 솔직하게 웃어버리면 이야기를 다 차단하지는 못하게 됩니다. 둘다 어느정도 인정합니다. 오늘은 경계심이 풀려버렸다고.
약점을 잡으려고 대화를 시작했는데 친해진 기분이 들다니! 이건 슈타지와 운동가의 불명예에요! (과연?) 그렇게 얼렁뚱땅 헤어지고 나면...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다음에는 더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지도 싶어져요.
휴일을 통해 일어난 변화라면, 계속 했던 경계를 되짚는 것입니다. 선을 그어두고 생각할 사람인지 간을 보던 건데, 다른 가능성을 알아버렸습니다. 다음엔 더 적극적으로 '진짜 상대'를 알아보고 싶다면 좋은 변화겠죠? 둘의 관계는 지금 벽을 타고 자라는 덩쿨 줄기와도 같아요. 아름다운 꽃이나 거대한 나무와는 거리가 멉니다. 덩쿨들이 얽히기 위해서는 각자 다른 방향을 선택해야 하죠. 하지만 다 자란 후의 모양은 완전 다른 길을 갔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은 다음 휴일이 온다면, 어쩌면 그 전에 서로를 더 잘 알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상호 보완 가능한 점이라거나 오히려 이득볼 수 있는 일도 생길테니. 비밀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가리지 않는 것도 많으니까요.